들어가며
정신차려보니 만 2년을 꽉 채워버린 3년차 데이터 분야 종사자가 되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데이터 분석가가 되고 싶어서 어디가서 포지션명을 언급하며 소개할때는 데이터 분석가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현재 회사에서 실제로 하는 일들을 살펴보면 '요즘 데이터 분석가' 들이 하는 일하고는 좀 차이가 있어서.....정말 내가 데이터 분석가가 맞나? 싶은 생각을 하는 것도 사실이라 일단 데이터 분야 종사자라고 이야기해봤다.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경력직으로 올라온 공고들은 대부분 3년 이상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최초 1년은 업무를 파악하고, 2년 째에는 업무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으니, 3년부터는 쓸만한 한 명의 인력으로 인정받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업무에 익숙해져서- 쓸만한 한 명의 인력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어야 할텐데 정말 그런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 (이부분은 회사에서의 나의 효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긴 함)
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이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은 다들 열정!적으로 데이터와 개발을 사랑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분들인 것 같은데 나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 부분에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가끔 반박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나와 다른 분들의 차이는 '굳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원도 다니고 스터디도 하고 이것저것 하긴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비교를 기반으로 해서 행동하는 것이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이 직업 / 직종 / 필드에 맞지 않는 사람인게 아닐까?라는 나름 근본적인 의문에 도착했다.
대학시절 가장 존경했던 회계 교수님이 항상 첫 시간에 보여주셨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인생시계"인데, 보여주시면서 아직 6시도 않았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던게 문득 떠올랐다. 다시 검색해보니 내 나이는 오전7시 이전, 시계를 돌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방향성을 정하고 수정하기에는 늦지 않은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돌아보는 내인생 회고 시리즈물을 작성해보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정도 방향성은 보이지 않을까?
예상 글 목록
- 경영학과가 정보통계학과를 복수전공한 이유
- 중간에 잠깐 미국인턴 시절
- 4학년 시절했던 여러 활동들과 느꼈던 점들 : 프로젝트, 동아리, 부트캠프
- 대학원이냐 취직이냐, 붙었지만 대학원을 가지 않은 이유
- 첫 번째 직장 후기
- 특수대학원 합격기
- 두 번째 직장 후기
- 나의 정체성 : 데이터 분석가일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일까 머신러닝 엔지니어일까 어디로 가야할까(최종목표)
한 번에 작성하긴 어려울 것 같고, 올해 상반기 전까지 작성해보는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되돌아 볼 부분은 바로 첫 번째 부분인 "경영학과가 정보통계학과를 복수전공한 이유" 이다.
내 원래 전공은 경영
요즘은 내 오랜 친구들도 헷갈려하는데, 원래 나는 문과에 대학 전공은 경영이다. 성적 맞춰서 간 건 아니고, 현대카드 광고가 인상적이라서 광고나 마케팅 쪽으로 가면 재미있게 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빠도 자영업을 하시니(?) 나에게 경영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도 했다.
대학 초반까지만 해도 나는 마케팅쪽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고, 광고동아리도 들어가고 마케팅 진로설명회도 가고 공모전도 나갔었다. 근데 마케팅쪽은 항상 인력이 너무 많고, 그렇기 때문에 높은 학력과 비상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만 좀 살아남는 구조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마케팅으로 살아남으려고 한다면, 아이디어를 커버할 나만의 스킬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교수님이 수업 중간에 '허니버터칩의 유행은 기존 감자칩 맛들의 분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결과이다.'라는 이야기에 아이디어가 모자르면 분석으로 승부를 보면 되는구나 힌트를 얻었던 것 같다. 마침 학교의 정보대학에 정보통계학과가 있던 터라, 1학년 2학기부터 바로 정보통계학과 찍먹을 시작했다.
복전생활
복수전공 제도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사실 정보통계가 아니더라도 다른 학과 하나는 추가적으로 전공을 하려고 했었다. 가장 유력했던 건 흥미에 기반한 독일어였는데 교수님의 저 발언에 독일어는 부전공 내지는 취미 수준으로 내리고 정보통계를 1순위로 배정했다.
솔직히 수리통계학이나 선형대수학, 미적분학 같은 과목들을 배울 때, 진심으로 울 뻔 하긴 했다. 요즘에야 문,이과의 구분이 모호해졌지만 내가 수강할 때에는(라떼는!) 정보통계학과에 문과 학생들이 진학하는 경우도 적은데다가 뜬금없이 경영학과 학생이 정보통계학과를 복수전공 하지도 않기 때문에 교수님들이 기본적인 수학 내용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진행하셨기 때문이다. 몇 년 만에 수능 특강도 다시 사서 EBS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중간에는 너무 슬퍼서 교수님들하고 상담도 종종 했는데, 실제로 교수님이 문과 복전생은 희귀하다며 힘내라고 다독여주시기도 하셨다. 사실 가장 처음 수강했던 수리통계학1은 너무 처참한 성적에 재수강까지 했다.
그래도 잘했다고 생각한 것 중 하나는, 정보통계학과는 경영학과에 비해 학생의 수가 많지 않은 편이라서 학생-교수간 거리가 매우 가까운 편에 속했기에 분위기에 편승해서 복전생이지만 본전공생처럼 교수님들과 상담을 많이 했다. 좋으신 분들이라 학생이 요청했을 때 최대한 도와주시려고 노력하셨고, 그러다보니 졸업 후에도 진로 고민 있을 때나, 추천서 받을 때, 회사에서 분석할 때 통계관련해서 조언이 필요할 때에 메일 드릴 수가 있어서 좋았다.
경영 vs 정보통계
수학 기초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보니 처음에 어려웠다는 점만 빼면, 생각보다 정보통계 복수전공은 나에게 잘 맞았던 것 같다. 경영과목에서도 사실 마케팅보다 회계 과목 성적이 더 나았는데 회계와 통계 과목 모두 기본 개념에 대한 습득 후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응용하고 최종 정답은 정해져있는 과목들이다 보니 심적으로 공부하기도 편했다. 게다가 빅데이터 붐이 일면서 추가된 파이썬, R 프로그래밍 과목들의 경우에는 다 같이 시작하는 부분이다보니 응용이 빠른 나에게는 성적도 잘 나와서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실제로 해보니 정보통계쪽은 웬만한 의지가 있지 않고선 러닝 커브가 높아서 아무나 진입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입이 쉽지 않다 == 전문성이 그래도 더 있다 라고 느껴졌고, 경영학과를 수강신청 할 때마다 복수전공생에 치이고 배우는 내용을 보며 경영의 전문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는 아예 이쪽으로 진로를 틀어도 좋겠다는 결론을 좀 내렸던 것 같다.
대학시절 회고하면서 알게 된 부분
요즘 누군가가 물어보면 "전 그냥 그리디 알고리즘으로 살아요"라고 말하고 다녔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어떤 알고리즘으로 사느냐보다 그렇게 선택한 근거가 중요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회고를 하기로 마음 먹었었다. 아직 대학시절만 회고하긴 했는데, 처음에 이 분야를 어떻게 선택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내가 전문성이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 했구나 하는 부분을 떠올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의 무기력이 나의 이상(전문성있는 모습)과 현실이 다른데 이상한 완벽주의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차차 다른 부분도 되짚어가면서 어떻게 고쳐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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